[2016.06.14] 그레이엄 그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영국 타임즈 지에서 매주 발행하는 타임즈 문예 부록(Times Literary Supplement)의 보도국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맥마누스는 얼마 전 허핑턴 포스트에 “그레이엄 그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실었습니다. 그 글은 당대에 이름을 얻었다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잊혀져가는 작가들에 대한 글입니다. 그는 그 글의 시작에서 자신이 20세기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이라 생각하는 ‘그레이엄 그린’을 젊은 동료들이 모른다는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레이엄 그린은 20세기 중반 활약한 영국의 작가로 24편의 장편과 수많은 단편, 수필, 희곡을 썼고 여러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영화 “제 3의 사나이”, “하바나의 남자”, 그리고 랠프 파인즈가 주연한 최근 영화인 “애수(The End of the Affair)”는 모두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대표작 “권력과 영광”에 나온 “분노는 상상력의 부족이다(Hatred is a failure of imagination)” 라는 격언으로도 유명합니다. 몇 년 전, 제가 미국에 있을 당시 처조카들이 방학기간 동안 놀러 온 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그중 한 아이가 제게 이모부는 왜 운전 중에 험한 말을 하지 않는지 묻더군요. 그때 저는 그린의 저 격언을 알려주며, 이모부는 누군가가 새치기를 하거나 갓길로 달리거나, 또는 무리하게 끼어드는 것을 볼 때, 그 차 안에 임산부가 있거나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화장실이 아주 급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지요.

제임스의 칼럼으로 다시 돌아와, 그는 왜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팔리는 데 반해 그레이엄 그린은 그렇지 못한지를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알기 위해 타임즈 지의 인기 문학 편집자 에리카 와그너(Erica Wagner)를 찾아갑니다. 여기서 에리카가 제임스에게 해 준 답변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그린이 지금 “무인지대(no-man’s land)”*로 들어갔으며, 한 시대의 모든 인기작가는 헤밍웨이나 디킨즈와 같은 불멸의 거장으로 남기 위해 반드시 이 무인지대를 거쳐야만 할 뿐 아니라 그 중 대부분의 작가와 작품은 영원히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설명과 함께, 그녀가 덧붙인 이야기는 제임스의 말문을 닫게 했습니다. 곧, 그녀는 1995년 세상을 떠난 이래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캐나다의 뛰어난 소설가 로버트슨 데이비스를 자신이 열심히 띄우고 있다고 말했고, 제임스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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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먼저, 사람들이 가진 관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또 어느 시대의 사람들이건 과거보다는 현재에 더 큰 가치를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대에 인기작가로 올라선 이들이라 하더라도 다시 시대를 넘어 고전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있겠지요.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으로 올라간 작품이 과연 그 작품이 가진 본연의 가치 때문일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오늘날, 어떤 작품이 당대의 인기를 끌게 되는 데에는 그 작품을 둘러싼 사회의 영향, 혹은 운이라 불릴 수 있는 보다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다단한 요소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고전으로 남게되는 작품 역시 비록 그 정도는 약하다 할지언정 어느 정도는 그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50년만에 발굴되어 몇 년 전 다시 전 세계 문예지의 기사란을 채웠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처럼,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재발견되는 예들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 중, 누가 무인지대로 들어가고 있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재발굴 될 수 있을지도 상상해보게 되는군요.

안타깝게도 로버트슨 데이비스의 대표작 “숨어있는 남자”는 1996년 디자인하우스에서 두 권으로 출간했으나 현재 절판된 상태이지만, 나머지 두 작가, 그레이엄 그린과 존 윌리엄스의 책은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작인 “권력과 영광”은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2010년 출간된 책이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2015년 1월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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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지대(n0 man’s land)는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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