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심리가 있습니다. 독일어에는 이런 감정 나타내는 단어까지 있지요. 바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감정을 나타냅니다. 현암사가 2015년 12월 출간한 “쌤통의 심리학(The Joy of Pain)”은 바로 이 감정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 리차드 스미스 박사는 이 감정의 전문가입니다. 그의 전작은 샤덴프로이데의 사촌 격인 질투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스미스 박사는 이 책에서 샤덴프로이데가 비록 비뚤어진 감정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감정이 사회적 위계질서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기 위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자 하는 ‘사회적 비교’ 습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원숭이와 개 역시 이런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이 습성이 우리 내부의 매우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증거라고 그는 말해줍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서평은 작가 쉐릴 스트레이드의 “우리는 모두 마음 속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선택받고,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는 말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보다 더 선택받고, 사랑받고, 존중받는 누군가를 보게 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우리와 같은 수준으로 추락하기를 바라며 이것이 바로 샤덴프로이트의 원인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스미스 박사가 드는 예에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브누아 모닌은 바로 이 감정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그 존재만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을 도덕적으로 주눅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였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채식주의자들은 한 마디도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도덕적인 위협을 느낍니다.” 채식주의자들의 위선이 밝혀질 때 다른 사람들이 느낀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따라서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합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열등한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되고, 따라서 반대로 도덕적인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샤덴프로이데가 일상에서 보다 쉽게 드러나는 예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유명인의 추락을 즐길 때입니다. 스미스 박사는 타블로이드 잡지가 바로 그런 샤덴프로이데가 작동하는 예로 듭니다.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잡지인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를 분석한 결과, 유명인의 지위가 높을 수록 그들에 관한 기사는 그들의 불행에 관한 것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스미스 박사는 결론으로 샤덴프로이데를 “사악한 것으로” 여길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감정의 존재를 부정하기보다, 우리의 어두운 면을 즐겁게 해주는 기회로 여기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수동적인 방관자의 관점에서 이것을 즐기는 한, 샤덴프로이데는 우리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가장 위대한 사람들조차도 우리와 같이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스미스 박사가 예로 드는 것은 마사 스튜어트의 곤경이나 타이거 우즈의 몰락과 같이 미국의 예이지만, 저는 이 샤덴프로이데가 우리나라에 더욱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연예인의 무지나 추문에 유독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데에는 이 샤덴프로이데라는 감정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한 스미스 박사의 말처럼 이 감정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 피상적인 평등이 확장될수록 샤덴프로이데에 기반한 사회적 동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물론 잘못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실제적인 사회적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 그저 진화적으로 장착된 감정의 소모로 끝나고 마는 것일지의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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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아이돌〉은 출연자의 굴욕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한 예에 불과하다. 미디어 학자인 앰버 와츠의 분석에 따르면, 출연자들의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장치들로 시청자를 유혹하는 리얼리티 포맷의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났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지 않는 사람일수록 분명히 느끼겠지만, 텔레비전을 틀기만 하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나온다. 또 다른 미디어 학자인 세라 부커와 브래드 웨이트는 각본 있는 드라마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의 굴욕적인 모습이 더 많이 나온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은 이런 경향에 ‘휴밀리테인먼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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