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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합리적 판단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 판단은 정보에 의존한다. 정보는 사실과 숫자로 이루어지므로 인생에 등장하는 수많은 숫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합리적 판단의 시작일 것이다.

선택은 대안을 비교하는 것이며, 비교는 기준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이 기준으로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가 돈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 일상의 대부분을 투자하며 그 돈으로 다른 필요한 것들을 구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과 돈의 교환비율, 곧 나의 시급일 것이다. 예를 들어 면도 시간을 아껴주는 제모수술이 있다. 나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면도를 하며, 한 번에 3분을 사용한다. 수술 비용은 100만 원 정도이며 1-2년 뒤에 다시 자란다고 한다. 1년 반이면 800분, 약 13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병원을 몇 차례 방문하는 시간을 제 해야 하므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 수술을 받는 것은 아직 내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것이다.

합리적 판단은 오랜 이상이자 목표였다. 이를 위해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숫자로 바꾸었다. 이런 습관은 기상과 함께 시작된다. 5만 원 쯤 하는 셔츠 하나를 평균 100 번 정도 입는다. 따라서 감가상각은 500원이다. 세 번 입을 때마다 세탁비 천 원을 써야 하므로 셔츠의 하루 비용은 800원이다. (오늘 처음 입은 셔츠에 음식을 흘리면 700원을 낭비한 것이다.) 바지도 셔츠와 비슷하며, 속옷과 양말을 더하면 하루 이천 원 쯤 될 것이다. 자켓 혹은 외투는 신중히 골라야 한다. 기십만 원 짜리를 100번을 입어야 몇 천 원 대로 떨어진다.

손목에는 스마트 워치가 있다. 1 년이 지났고, 2-3 년은 더 쓸 생각이니 하루에 500원 쯤 된다.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두고도 메시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두는 발걸음을 즐겁게 만드는 중요한 장비다. 몇 켤레를 번갈아 신고 있으며 켤레 당 500 번 쯤은 신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꽤 좋은 구두도 하루 천 원 안 쪽으로 신을 수 있다. 벨트는 더 저렴하다.

이런 방식으로 물건에 대한 판단을 섬세하게 만들 수 있다. 10년 정도 쓴 지갑을 작년에 바꾸었다. 지갑은 늘 손에 들고 다니며 종종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물건이다. 10년 동안 매일 쓴다는 것은 상당한 고급 지갑도 하루에 겨우 일이백 원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물론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통신비를 포함해 대략 2년 동안 260만 원 정도가 든다. 2년 뒤 중고로 팔 수 있으므로 하루에 3천원 꼴이다. 다른 물건에 비해 비싸지만, 함께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위의 모든 비용을 더해도 하루 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문밖을 나서기 위한 비용이 될 것이다.

출근에는 자가용을 이용한다. 아직은 감가상각이 0인 낡은 차를 타고 있다. 기름 값은 한 달에 20만 원 안팍이지만 보험 및 수리비를 합하면 하루에 만 원이 좀 넘을 것이다. 새 차로 바꾸게 되면 감가상각만으로도 하루에 만 원쯤이 추가될 것이다. 자동차가 비싼 물건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하지만, 다른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이동, 곧 누군가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기 위한 물리적 움직임 자체가 비싼 것이다. 2014년 미국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28%가 이동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점심과 저녁으로 1~2만원을 쓴다. 의보다 식이 비싸다. 그리고 집이 있다. 월세든, 전세든, 자가이든, 집 값의 변동이 없다면 대부분의 한국인 가정은 집의 크기에 따라 하루 몇 만원을 집에 쓰는 셈일 것이다. 식보다 주가 비싸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비용이다.

일이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미래에 돈이 될 수 있는 일도 있다. 후자를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말한다. 어떤 물건들은 돈으로 시간을 바꿔주기도 한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가 잘 알려진 예일 것이다.

물론 인생에서 돈과 시간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즐겁게 놀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쓴다. 건강과 사랑도 중요하다. 이들 역시 어느 정도는 돈과 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자신이 가진 것으로 원하는 다른 무언가를 좋은 비율로 구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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