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는 세계 최대의 가전쇼입니다.’
CES 에 대한 여러 기사의 첫줄은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CES에 대한 이 단순한 설명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그렇게 힘들게 라스베가스를 찾아오는 지, 그리고 왜 그렇게 많은 기사가 그 기간을 전후해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지 말해준다. 물론 가전이라는 단어는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비디오 등의 가전제품을 연상시키며 실제로 십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CES는 대체로 그런 종류의 제품들만 전시되던 행사였다.
Figure 1 가전제품들
그러나 오늘날, CES에는 자동차에서 스마트 칫솔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영역이 전시된다. 이 보고서는 ‘신비한 제품사전’이라는 이름처럼 바로 그 사실, 곧 CES에 전시되는 제품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보자. 다시 말해, 전자공학은 어떻게 세상의 모든 제품이 자신을 사용하게 만들었을까?
Figure 2 2016년 CES 혁신상을 받은 제품들
물론 이는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이 하나의 질문을 가지고도 마치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왜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느리게 발전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총, 균, 쇠”와 같은 두꺼운 책을 써 낸 것 비슷하게, 아니 그 못지 않은 분량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전자공학과의 교과서 수 십 권을 바탕으로 더 자세한 설명을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위 질문의 답을 내 나름대로 아주 짧게 추측해보고자 한다.
Figure 3 제라드 다이아몬드와 총, 균, 쇠
‘기술’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는 기술을 하나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으로 정의해보자. 예를 들어 엔진은 연료가 가진 화학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에너지를 바꾸는 과정에서는 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며(곧, 재활용이 불가능한 열에너지로 바뀌며), 따라서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 출력되는 에너지의 양은 입력되는 에너지의 양보다 줄어들게 된다. 에너지의 종류에는 빛, 열, 소리, 운동, 화학 에너지 등이 있으며, 인간 또한 음식물이 가진 화학에너지를 체온 유지를 위한 열에너지와 이동을 위한 운동에너지, 의사소통을 위한 소리에너지 등으로 바꾸는 기계로 볼 수 있다.
Figure 4 에너지의 여러 형태
중요한 것은 전기 에너지가 이런 에너지들 중에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선 전기 에너지는 전선이 연결 가능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즉, 전기 에너지는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전기의 발명 이전에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집을 덥히기 위해 산에서 땔감(화학에너지가 저장된 연료)을 가져와야 했고, 수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물레방아는 물이 떨어지는 곳에서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는 언제 어디서나 전선만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로 하여금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Figure 5 전기 에너지
전기 에너지의 또다른 특징은 전기 에너지와 다른 에너지 사이의 변환이 매우 쉽다는 점이다. 에디슨의 전구는 전기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며 인류를 어둠에서 해방시켰다. 전동기(모터)는 전기를 동력으로, 곧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한편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발전기는 다른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쉽게 바꿀 수 있게 해준다. 화학, 수력,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물질이 가진 화학 에너지, 위치 에너지, 원자력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 후 다시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도시로 이를 전송한다.
Figure 6 발전소
물론 전기에도 단점은 있다. 자동차나 배, 항공기처럼 전선을 연결할 수 없는 상황이 그러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때문에 이들은 화학에너지가 담긴 연료, 곧 석유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왔다. 또한, 우리가 지니고 다녀야하는 휴대품은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그 불편함을 악히 잘 알고 있듯이, 아직 배터리 기술은 충분히 편리하지 않다. 그러나 이 배터리 기술 역시 점차 발전하고 있으며,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의 등장이 한 증거이다.
Figure 7 전기자동차 이미지
이런 에너지원으로써 전기가 가진 장점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가전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더 큰 기술적 발전이 뒤따른다. 바로 전자공학이라는, 전기를 정보의 처리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를 넘어 집적회로가 등장했고, 전자의 이동을 통해 계산, 곧 정보를 가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미묘한 전기 혹은 전파의 변화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기술의 발달은 정보가 담긴 신호를 공간적 한계 없이 빛의 속도로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세상의 변화속도는 과거와는 비교불가능하게 바뀌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무선통신이 등장했으며, 드디어 스마트폰이 나타나 모든 인간은 연결되었다. 그리고 IoT에 의해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있다.
Figure 8 스마트폰과 IoT (출처: 파이낸셜뉴스)
곧, 전기 에너지의 특수성, 그리고 전기를 이용한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의 두 가지가 바로 전자공학이 세상을 장악하게된 핵심적 이유이며, 오늘날 CES가 세상의 모든 제품을 망라하게된 이유인 것이다.
필자는 지난 CES 기간 나흘 동안 50km 이상을 걸으며 수천 여 제품을 보았고 인상적인 150여 개의 제품을 담은 뒤 여러가지 분류의 기준을 생각한 끝에 아래와 같은 9개의 꼭지로 나누었다. 각 장은 독립적이며, 분류의 의미를 설명한 부분과 여기에 해당하는 몇 개의 흥미로운 제품을 소개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Figure 9 Pedometer 앱이 알려준 보행거리
1. 스마트란 무엇인가
2. 가격이 문제
3. 아프고 약한 이들을 위해
4. 디지털 vs 아날로그
5. 같은 문제, 다른 해결
6. 같은 기술, 다른 용도
7. 모바일과 UI
8. 가방아 가방아
9. 잠을 잘 자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