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가방아 가방아

움직이는 가방: 자율주행과 모빌리티의 확장

이번 CES 유레카파크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제품 중에는 트레블메이트 로보틱스(Travelmate robotics)의 완전자율주행 여행가방로봇이 있다. 여행가방이 완전자율주행로봇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일단 아래 유튜브의 영상을 보자.

——

올해 CES 에는 다양한 형태로 접히는 전기 바이크를 비롯해 전기 스쿠터 등 전년보다 훨씬 많은 모빌리티(이동수단) 제품이 등장했다. 이러한 전기 배터리 기반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센서 기술을 포함한 HW 제조 기술과 제어 기술의 발전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배터리 효율의 증가일 것이다.

81
그림1. CES 2018에 소개된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들

특히 자율주행기술은 바로 모빌리티에 최신 기술인 IoT, 센서, 빅데이터, AI 등이 결합한 기술로, 4차산업혁명의 총아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빌리티의 본질에는 이런 혁명적인 IT 기술에 대립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간단히 말해, 모빌리티란 이동을 위한 것인 반면, 인터넷, 무선 통신, 모바일, 화상회의 등의 기술의 주요 효과가 바로 ‘이동하지 않고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재택근무나 가장 최신기술인 VR 역시 누군가의 이동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직접 이동’하는 것이 그만큼 힘든, 곧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인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준이다. 2014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이동을 위해 사용된 에너지의 비율이 29%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동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82
그림2. 2016년 미국의 에너지 소모 중 이동을 위해 소모된 에너지의 양

이런 관점에서 IT 기술은 물리적 실체의 이동 없이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기술이며 전화에서 모바일, 화상통신을 거쳐 VR 로 이르는 기술의 발전은 그 정보의 폭을 넓힘으로써 그만큼 사람이 실제로 이동할 필요를 줄여 나간 역사라 볼 수 있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메인 키워드인 CPS(Cyber Physical System), 곧 물리 세계를 가상 세계에 구현, 혹은 대체 하는 기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기술이 발전한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누군가와 실제로 만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때문에 텔레컨퍼런스 혹은 화상회의의 음질과 화질이 충분히 좋아졌음에도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 이는 상당히 긴 시간이 흐른 뒤, 현실과 거의 유사한 VR 회의환경이 구현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최신 IT 기술이 역으로 모빌리티에 직접 적용되어 그 모빌리티의 에너지 효율을 비롯한 편의성과 활용성을 개선하는 기술, 곧 보다 쉽고 즐겁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이 편의성의 한 정점에 완전자율주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완전자율주행이 이루어지기 전 단계로 이번 CES 에는 IT 기술과 모빌리티 기술이 가미된 몇 가지 제품이 등장했으며 처음 소개한 트레블메이트의 제품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앞서의 영상에서, 트레블메이트의 제품은 주인을 따라간다. 따라간다! 말만 들어도 매우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 단어에는 마치 개가 주인을 따라간다는 말에서처럼 불완전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객체의 주체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누군가를 따라가는 행위가 상대를 알아보고, 상대가 진행하는 방향을 파악해 이동하는 지능적인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이러했으리라. 여행가방을 끄는 일은 분명 힘든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은 손잡이에 버튼을 두고 바퀴에 모터를 달아 내가 가방을 끌 때 바퀴를 굴려주는 것이다. (이런 제품이 있을까?) 하지만 이 상대적으로 쉬운 제품을 만들어본 이들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선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다르다. 걷는 속도와 바퀴가 구르는 속도가 다를 경우 가방의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워지고 더 큰 힘이 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따라오게 하는 것이 몇 가지 트릭을 이용할 경우 더 쉬울 수 있다. 우선 주인을 알아보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가방의 양 귀퉁이에 리시버를 두고 주인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신호(아마 블루투스?)를 측정해 방향과 거리를 계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장애물 센서로 적당한 수준의 요철이나 인파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바닥의 상태가 매우 나쁘거나 사람들이 매우 많을 때에는 직접 끌어야 할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2016년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인디고고의 캠페인에서는 가격을 $399, $495, $595 로 매우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33명의 후원에서 멈춘 것으로 보아 캠페인을 조기종료한 듯 하다. 물론 다른 크라우드 펀딩 제품들처럼 이들 역시 2017년 6월을 출시 목표로 잡아 놓았고, 댓글을 보면 지난 해 12월 까지 배송을 하지 않은 듯 하다. 홈페이지에는 크기에 따라 소형 $1,099, 중형 $1,295, 대형 $1,495 로 가격이 나와있고, 적정한 가격으로 보인다. 주문 폭주로 배송에 최대 90일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CES 부쓰에서 적어도 이 제품이 잘 작동하는 것은 확인하였다.

84
그림3. 트레블메이트 가방

——

그러나 CES의 모든 제품에는 천적 관계인 제품이 존재한다.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법이다. 트레블메이트의 가방을 한참 보다보면 어느새 스스로 따라오는 가방이 고맙다는 생각은 잊혀지고, 다리가 슬슬 아파오면서 이 가방이 나를 내가 가려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 간사한 마음이 떠오른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트레블메이트 부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존재한다. 바로 모도백(Modobag)이라는 제품이다.

모도백의 가격은 $1,495 이며 2018년 1사분기에 출시 예정이다. CES 부스 앞 쪽에는 넓은 공간을 두어 많은 사람들이 모도백을 타고 놀도록 만들었다. 가방 자체의 무게는 9kg 이며 1시간 충전으로 10km 를 갈 수 있다. 시속 8km (걷는 속도의 두 배)와 12.8km (세 배)의 두 가지 모드가 있다. 단점이라면, 이걸 타고 가는 동안 사람들의 눈길을 많이 끈다는 것(이건 별로 큰 단점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타고 가는 자세가 별로 멋있지 않다는 것(이건 매우 심각한 단점이다)이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