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같은 기술 다른 용도

사실 이번 꼭지를 앞 꼭지의 제목인 ‘같은 문제, 다른 해결’에 대응되는 ‘같은 기술, 다른 용도’로 잡긴 했지만, 하나의 기술이 여러 문제의 해결에 사용되는 예는 너무나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꼭지는 ‘앗 이런 용도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 기발한 제품을 소개하려 한다.

1) 인핸시아(Enhancia)의 니오바(Neova)
니오바는 음악을 연주할 때 손가락에 끼워 이펙트를 줄 수 있는 IoT 반지이다.

어떤 대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IMU라 불리는 관성센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관성센서는 각속도, 가속도, 지자기 등을 측정해 자신의 움직임을 역산할 수 있게 해 준다. 따라서 그 대상에 관성센서를 부착한 뒤, 센서의 신호를 통신으로 받아 그 대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오늘날 여러 웨어러블 장비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대상에 무언가를 부착하는 대신 카메라와 같은 외부 장치로 그 대상을 관찰하는 것으로 정확한 위치 추적을 위해 3차원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깊이 카메라(depth camera)가 사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가 대표적이다.

니오바는 음악을 연주하는 이가 손가락의 다양한 제스처를 통해 여러 이펙트를 줄 수 있게 만들었다.

2) 블랙박스 VR 과 이카로스(Icaros)
VR 은 이제 흔히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다. 이론적으로 한 사람의 시각과 청각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실감나는 영화나 오락을 넘어 실로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낮은 해상도에 따른 현실감의 부족과 멀미, 헤드셋 착용의 불편함 등의 이유로 그 잠재적인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 소개할 블랙박스 VR 과 이카로스는 운동(Fitness) 분야에 이 기술을 이용했다.

2-1) 블랙박스 VR
사용자는 팔에 센서 역할을 하는 토시를 착용한다. 그리고 헤드셋을 쓸 경우 이제 그는 가상의 경기장에 보내진다. 이 상태로 운동장비를 가지고 사용자는 가상의 상대와 싸울 수 있고, 직원의 말에 따르면, 다른 지역의 실제 사용자와도 대결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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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개인용은 아니다. 지역별로 이 기기를 가진 체육관(Gym)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3) 이카로스
이카로스는 CES를 통틀어 가장 가지고 싶은 제품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플랭크 운동을 하늘을 나는 경험과 연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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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당시 전시장에서 이야기한 이 제품의 가격은 $9,200 달러로 약 천 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홈페이지에 올라온 홈 버전의 가격은 2,380유로로 300만원 정도로 내려왔다.

8. 가방아 가방아

8. 가방아 가방아

움직이는 가방: 자율주행과 모빌리티의 확장

이번 CES 유레카파크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제품 중에는 트레블메이트 로보틱스(Travelmate robotics)의 완전자율주행 여행가방로봇이 있다. 여행가방이 완전자율주행로봇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일단 아래 유튜브의 영상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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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ES 에는 다양한 형태로 접히는 전기 바이크를 비롯해 전기 스쿠터 등 전년보다 훨씬 많은 모빌리티(이동수단) 제품이 등장했다. 이러한 전기 배터리 기반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센서 기술을 포함한 HW 제조 기술과 제어 기술의 발전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배터리 효율의 증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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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CES 2018에 소개된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들

특히 자율주행기술은 바로 모빌리티에 최신 기술인 IoT, 센서, 빅데이터, AI 등이 결합한 기술로, 4차산업혁명의 총아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빌리티의 본질에는 이런 혁명적인 IT 기술에 대립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간단히 말해, 모빌리티란 이동을 위한 것인 반면, 인터넷, 무선 통신, 모바일, 화상회의 등의 기술의 주요 효과가 바로 ‘이동하지 않고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재택근무나 가장 최신기술인 VR 역시 누군가의 이동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직접 이동’하는 것이 그만큼 힘든, 곧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인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준이다. 2014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체 에너지 소모량 중 이동을 위해 사용된 에너지의 비율이 29%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동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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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2016년 미국의 에너지 소모 중 이동을 위해 소모된 에너지의 양

이런 관점에서 IT 기술은 물리적 실체의 이동 없이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기술이며 전화에서 모바일, 화상통신을 거쳐 VR 로 이르는 기술의 발전은 그 정보의 폭을 넓힘으로써 그만큼 사람이 실제로 이동할 필요를 줄여 나간 역사라 볼 수 있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메인 키워드인 CPS(Cyber Physical System), 곧 물리 세계를 가상 세계에 구현, 혹은 대체 하는 기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기술이 발전한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누군가와 실제로 만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때문에 텔레컨퍼런스 혹은 화상회의의 음질과 화질이 충분히 좋아졌음에도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 이는 상당히 긴 시간이 흐른 뒤, 현실과 거의 유사한 VR 회의환경이 구현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최신 IT 기술이 역으로 모빌리티에 직접 적용되어 그 모빌리티의 에너지 효율을 비롯한 편의성과 활용성을 개선하는 기술, 곧 보다 쉽고 즐겁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술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이 편의성의 한 정점에 완전자율주행이 존재한다. 그리고 완전자율주행이 이루어지기 전 단계로 이번 CES 에는 IT 기술과 모빌리티 기술이 가미된 몇 가지 제품이 등장했으며 처음 소개한 트레블메이트의 제품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앞서의 영상에서, 트레블메이트의 제품은 주인을 따라간다. 따라간다! 말만 들어도 매우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 단어에는 마치 개가 주인을 따라간다는 말에서처럼 불완전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객체의 주체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누군가를 따라가는 행위가 상대를 알아보고, 상대가 진행하는 방향을 파악해 이동하는 지능적인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이러했으리라. 여행가방을 끄는 일은 분명 힘든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은 손잡이에 버튼을 두고 바퀴에 모터를 달아 내가 가방을 끌 때 바퀴를 굴려주는 것이다. (이런 제품이 있을까?) 하지만 이 상대적으로 쉬운 제품을 만들어본 이들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선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다르다. 걷는 속도와 바퀴가 구르는 속도가 다를 경우 가방의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워지고 더 큰 힘이 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따라오게 하는 것이 몇 가지 트릭을 이용할 경우 더 쉬울 수 있다. 우선 주인을 알아보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가방의 양 귀퉁이에 리시버를 두고 주인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신호(아마 블루투스?)를 측정해 방향과 거리를 계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장애물 센서로 적당한 수준의 요철이나 인파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바닥의 상태가 매우 나쁘거나 사람들이 매우 많을 때에는 직접 끌어야 할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2016년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인디고고의 캠페인에서는 가격을 $399, $495, $595 로 매우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33명의 후원에서 멈춘 것으로 보아 캠페인을 조기종료한 듯 하다. 물론 다른 크라우드 펀딩 제품들처럼 이들 역시 2017년 6월을 출시 목표로 잡아 놓았고, 댓글을 보면 지난 해 12월 까지 배송을 하지 않은 듯 하다. 홈페이지에는 크기에 따라 소형 $1,099, 중형 $1,295, 대형 $1,495 로 가격이 나와있고, 적정한 가격으로 보인다. 주문 폭주로 배송에 최대 90일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CES 부쓰에서 적어도 이 제품이 잘 작동하는 것은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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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트레블메이트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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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CES의 모든 제품에는 천적 관계인 제품이 존재한다.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법이다. 트레블메이트의 가방을 한참 보다보면 어느새 스스로 따라오는 가방이 고맙다는 생각은 잊혀지고, 다리가 슬슬 아파오면서 이 가방이 나를 내가 가려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 간사한 마음이 떠오른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트레블메이트 부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존재한다. 바로 모도백(Modobag)이라는 제품이다.

모도백의 가격은 $1,495 이며 2018년 1사분기에 출시 예정이다. CES 부스 앞 쪽에는 넓은 공간을 두어 많은 사람들이 모도백을 타고 놀도록 만들었다. 가방 자체의 무게는 9kg 이며 1시간 충전으로 10km 를 갈 수 있다. 시속 8km (걷는 속도의 두 배)와 12.8km (세 배)의 두 가지 모드가 있다. 단점이라면, 이걸 타고 가는 동안 사람들의 눈길을 많이 끈다는 것(이건 별로 큰 단점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타고 가는 자세가 별로 멋있지 않다는 것(이건 매우 심각한 단점이다)이다.

5. 같은 문제, 다른 해결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여러 방식의 해결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각각의 해결 방식이 조금씩 다른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모두 살아남는 경우도 있고, 그 중에서 한 가지 방식이 결국 시장을 차지하게 되기도 한다. 이 보고서의 여러 다른 섹션에 그러한 예들을 거듭 이야기하였다. 이 섹션에서는 그 중에 특히 실시간 통역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세 가지 기기, 곧 구글의 픽셀버드, 일본 소스넥스트의 포키토크, 네이버의 마스를 다루려 한다. 그에 앞서 음성기술에 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 음성 기술

애플의 시리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포함된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위키는 시리의 출시를 2011년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2014년 11월 아마존이 내놓은 아마존 에코와 알렉사가 여러 다른 회사들의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음성 기술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지난해(2017년)의 CES를 음성기술 대중화의 원년을 알리는 행사로 묘사한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 음성기술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기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대화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소통수단이다. 시각은 가장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감각기관이지만 이는 이미 기록된 정보를 취득할 때(=책을 읽는 등)에만 그렇다. 문자를 아무리 빠르게 치는 이들도 어느 순간 답답함을 느끼고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게 된다. 또한, 대화는 상대방의 지성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도구이며 이때문에 인공지능이 해결해야할 궁극의 문제이기도 하다. 곧 음성기술은 필연적으로 AI 와 연결되게 된다.

음성기술은 다음의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STT(Speech To Text) —> 자연어처리/AI —> TTS(Text To Speech)

STT 는 음성을 문자(혹은 의미를 나타내는 기호)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변환된 문자는 자연어처리, 혹은 AI 인공지능을 통해 해석되며 답변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답변이 다시 음성으로 변환되는 기술을 TTS 라고 한다.

이 중 세번째 단계는 이미 충분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최근 기계학습을 이용해 유명인의 목소리로 특정한 메시지를 말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을 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리를 문자로 바꾸는 첫번째 단계와 바뀐 문자의 의미를 파악하는 두번째 단계는 아직 만족스런 수준에 올라있지 못하다. 첫번째 단계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이 단계에서 사실상 어느 정도의 두 번째 단계 기술, 곧 의미를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우리가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사실 그가 내는 소리를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금 말하는 상황과 맥락을 바탕으로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예측한다는 뜻이다. 이때문에 다양한 발음의 차이나 사투리, 더듬는 말, 완결되지 않은 문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 일정한 수준에 오르고 나면 말하기보다 듣기가 어려워지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즉, 첫 번째 단계를 잘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아직 인공지능 기술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는 오늘날 음성기술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가지게 만든다.

지난해 CES에서 필자는 알렉사가 적용된 몇몇 제품을 시연해본 적이 있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CES가 매우 시끄러운 장소라는 것이다. 즉,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소음과 목소리를 구분하는 문제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파티장에서도 원하는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바로 앞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수도 있으며, 책을 읽는 척 하면서 관심있는 옆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도 있다. 즉, 여기에도 목소리들을 구분하는 능력을 넘어 맥락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 어떤 기기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 할 때 그 누군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이 기기들이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AI 스피커는 시리나 오케이 구글, 알렉사와 같이 어떤 시작 신호를 말로 주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내가 말을 할 때와 시리가 말을 할 때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게다가 시리가 내 말을 이해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말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말을 할 수 없다. 사실 여기에도 맥락이라는 요소가 등장한다. 인간들 역시 정말로 할 말이 많은 두 사람이 만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가끔, 커피숍에서 이런 경우를 볼 때도 있다. 인간의 능력은 얼마나 대단한지!) 하지만 많은 경우 대화의 흐름에 의해 한 사람의 말이 끝나는 시점과 그가 말을 덧붙이거나 상대방이 말을 시작하는 여부가 어떤 시선이나 음성 외의 정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 연구는 이 간격이 0.3초 이내임을 보였다.) 때로 여러 사람이 같이 대화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한 사람이 곧바로 자신의 말을 끊는 방식으로 혼란은 매우 빠르게 정리된다. 이 문제는 첫번째 문제보다 해결이 조금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세번째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로, 이들이 아직도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위의 자연어처리/AI 라는 두 번째 단계의 문제이다. 사실 위의 세 단계에서 양쪽, 곧 소리를 문자로, 그리고 문자를 다시 소리로 바꾸는 과정을 떼어내면 그것은 문자로 주어진 입력에 대해 문자로 주어진 출력을 내는 것을 말하며, 다름아닌 챗봇이 된다. 아직 대부분의 챗봇은 우리가 전문가 시스템이라 부르는, 일반적인 ARS 에서 번호를 선택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한정된 문제, 곧 특정 회사의 AS 응대나 물건 구매, 검색 결과의 보고 등 선택의 갯수가 제한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잘 작동하지만, 보다 일반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공일반지능(AGI)’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직은 매우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언제나 개선되며 성능 역시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조용한 집안에서 한 사람만이 이야기할 때 첫번째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불을 키거나 음악을 연주하라는 명령만을 내린다면 두번째 문제와 세번째 문제 역시 큰 불편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운전 중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 때 시리를 자주 사용한다. 단지, 친구 이름을 부르고 “전화해”라고 말했을 때 아이폰에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20년 전 김혜수가 운전을 하면서, “우리~집”이라고 부르던 그 광고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때로 궁금할 뿐이다.

1. 실시간 통역
이번 꼭지에서는 구글의 픽셀버드, 네이버의 마스, 일본 소스넥스트의 포케토크를 볼 것이다. 위에서 음성기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실시간 통역은 사실 위의 세 단계 중 가운데 ‘자연어처리/AI’ 단계가 ‘번역’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즉, 구글의 픽셀버드는 구글 번역을, 네이버의 마스는 파파고 번역을, 포케토크는 언어에 따라 구글 번역, 혹은 바이두를 이용한다고 한다.

결국 이 세 기기 또한 위에 지적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세 기기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통역에는 두 단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나의 말을 상대방의 언어로 바꾸어 상대방에게 들려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말을 내 언어로 바꾸어 나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나의 입과 상대의 귀 사이에 필요한 번역기이며, 두 번째 단계는 상대의 입과 내 귀 사이에 있어야 하는 번역기를 의미한다. 아래 세 가지 기기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보자. 참고로, 픽셀버드와 마스는 이어폰이며 포케토크는 손바닥에 들어가는 기기이다.

1) 구글 픽셀버드
구글은 지난 12월 $159 (약 18만원)에 픽셀버드를 출시했다. 픽셀버드의 사용법은 이러하다. 나는 픽셀버드를 귀에 착용한다. 그 상태에서 나는 내 스마트폰을 상대에게 향한다. 나의 목소리는 내 픽셀버드가 듣고 내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스마트폰은 이를 번역해 음성으로 바꾸어 상대에게 들려준다. 상대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언어로 답하며, 스마트폰은 이를 듣고 나의 언어로 번역해 내 귀의 픽셀버드를 통해 내게 들려준다. 잘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사실 픽셀버드는 흔한 블루투스 이어폰에 적절한 UI를 입힌 다음 두 사람이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나눠 가지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지금은 구글의 픽셀 스마트폰과만 이런 기능을 쓸 수 있지만 아마 여느 블루투스 이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도 곧 이런 비슷한 기능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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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3 구글 픽셀버드

2) 포케토크(Pocketalk)
일본 소스넥스트사의 포케토크(Pocketalk)는 $300 의 가격으로 판매중인 제품이다. 사용법은 포케토크에 대고 말을 하면, 내가 설정한 다른 언어로 이를 번역해 화면에 띄워주는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74개 언어가 가능하다고 나와있다.) 또한 상대가 그 언어로 말을 하면, 다시 나의 언어로 번역해 화면에 띄워주므로, 나는 그 내용을 보고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곧, 입력은 음성으로, 출력은 문자로 라는, 위 음성기술에 대한 설명에서 언급했던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포케토크 또한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하는데 (와이파이 또는 데이터 네트웍을 사용한다) 구글, 바이두 등 다양한 번역기를 이용한다고 되어 있다.

사용법이 매우 간편하므로, 편의성은 일견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진 스마트폰의 통역 앱(예를 들어 구글 Translate)에서 이미 가능한 방법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스마트폰보다 디자인, 마이크, 스피커, 배터리 등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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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4 소스넥스트 사의 포케토크

3) 네이버 마스(MARS)
네이버 마스는 이어폰 하나를 상대에게 주는 조금 더 진화된 UX를 가지고 있다. 곧, 나의 말은 내 이어폰에 달린 스피커로 듣고, 이 말을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번역기 – 네이버 파파고 – 로 번역한 후, 다시 상대의 이어폰으로 보내어 상대의 귀에 들려준다. 상대의 말은 상대의 이어폰에 달린 스피커로 들은 후, 스마트폰을 통해 번역 된 다음 내 이어폰으로 전달된다. 분명히 조금 더 진보된 방식이지만, 어떤 기술적 문제 때문인지 당시에도 시연을 하지 않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당시 예상 출시 가격을 물었을때는 30만원 정도라는 답을 들었다. 타인의 어떤 제품을 내 귀에 넣거나, 내 물건을 타인의 귀에 넣게 하는게 어떤 위생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아니면 매우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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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5 네이버 마스(Mars)

2.힙에어(HIP’AIR) vs 이본(eVONE)
이 두 제품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다치는 현상을 일컫는 낙상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 최근 한 언론은 ‘노년기 낙상이 암보다 위험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노인 3명 중 1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넘어지며, 넘어져서 고관절 골절이 일어날 경우 1년내 사망할 확률이 17%에 이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넘어져서 생기는 부상을 막기 위해서는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넘어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기술은 이 문제를 깔끔하게 풀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는듯 하다. 그러나 아래 두 제품은 나름대로 현실을 개선시킨다.

1) 프랑스 회사인 이본(eVONE)이 만드는 것은 스마트슈즈이다. 이본의 신발에는 통신을 위한 GSM 칩, 위치를 알기 위한 GPS 센서, 그리고 자세 파악을 위한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 압력 센서가 들어 있다. 이를 통해 이 신발은 착용자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을 때 이를 미리 정해진 보호자에게 알린다. 곧, 이 신발이 해결하는 문제는 넘어진 이후 주위에 사람이 없어 빨리 의료기관으로 옮겨지지 못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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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6 스마트 슈즈 e-VONE
6개월 내에 출시예정이며 신발의 가격은 $100 ~ $150 (약 11-17만원) 으로 보통 신발과 비슷하지만 통신비용으로 매달 $20 (약 2만원)을 내야한다.

2) 힙에어(HIP’AIR)
힙에어 역시 프랑스 회사이다. 이 제품 또한 위의 이본처럼 넘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더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아래 사진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힙에어는 엉덩이를 위한 에어백이다. 힙에어 벨트의 센서는 착용자가 넘어지는 것을 감지해 0.2초 안에 부풀어 올라 고관절 부상을 막는다. (운이 없어 머리 부상을 입지는 않을까? 물론 CES 에는 목에 착용하는 에어백 헬멧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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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7 낙상 방지 에어백 힙에어

역시 올 상반기 출시 예정으로 가격은 $800(약 90만원)로 저렴하지는 않다. 한 가지 우려는 매번 외출할 때마다 이 벨트를 차는 것이 귀찮기도 할 뿐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바지에 내장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3. 아이빗(iBeat) vs 소피허브(Sofihub)
아이빗과 소피허브 역시 노인을 위한 제품이지만 낙상을 포함해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노인의 안전을 다룬다. 곧, 노인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보호자에게 알리는 방법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1) 아이빗(iBeat)
아이빗은 노인을 위한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체크한다. 즉 심정지(Heart attack)에 의해 심박수가 떨어졌을 때 이를 보호자에게 알린다. 이 외에도 비상 버튼을 누르면 보호자와 통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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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8 스마트워치 아이빗
인디고고에서 2016년 펀딩을 진행했고 2017년 여름 출시를 목표로 삼았지만 현재 2018년 3월로 옮겨진 상태이다. 당시 가격은 $100 이었지만 전시장의 직원은 가격을 $180이라 말했다.

2) 소피허브(Sofihub)
호주 스타트업인 소피허브는 집안에 방마다 배치하는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노인의 안전을 확인한다. 8개의 스피커가 한 세트로 가격은 $2,000 (약 220만원)이며, 스피커에는 동작감지센서가 달려 있어 노인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스피커는 각 방과 거실에 놓을 수 있으며 일정과 메시지를 알려줄 수 있다. 행동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스피커는 주인이 괜찮은지를 물어보고 여기에 답하거나 버튼을 눌러 괜찮다는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보호자에게 연락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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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9 소피 허브

6. 같은 기술, 다른 용도

4. 디지털 vs 아날로그

이번 장의 제목은 언뜻 시대를 잘못 찾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몇 십 년 전, CD가 처음 등장해 수 십 년 동안 세상을 지배하던 LP와 카세트 테이프를 서서히 사라지게 만들던 시기에 이런 관점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그 CD 조차도 물성이라는 아날로그적 특성 때문에 어느새 MP3 로 대체되었고, MP3는 다시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체되었다. 결국 조금 더 디지털적인 기술이 등장할 때, 기존의 기술은 과거의 것이 될 뿐이다.

물론 최근 “아날로그의 습격”과 같은 책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LP나 종이, 카메라 필름 등 과거의 기술이 다시 유행하기는 하지만, 이들의 인기에는 이미 사라진,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이 그 희귀성으로 인해 획득하게 된 사치재(Luxury goods)적 성격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쿨하기 때문에 다시 살아나지만, 살아난 이후에는 더 이상 쿨하지 않게 될 것이다.

혹은 아래 소개하는 러브박스처럼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메시지를 전하더라도 디지털인 문자를 이용하는 것보다 조금 더 불편하게 상자를 열어 메시지를 읽게 하는 것이다. 효율과 속도를 가장 중시하는 이 세상에서, 이런 한 템포 느린 기술의 의미는 분명하다. 내가 당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 곧, 학을 접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생각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아래 첫 두 제품인 러브박스와 쇼트 에디션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제품이다. 반면, 세 번째 바오니스와 유니스텔라는 극단적인 디지털로의 변화 때문에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오늘날을 보여준다.

1) 러브박스

아래 사진과 영상은 러브박스라는 야릇한 (혹은 달달한) 이름의 프랑스 회사이다. 제품은 매우 단순하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상자를 선물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날 때마다, 이 회사의 앱으로 사랑의 문자를 보낸다. 상대방은 상자 앞 하트가 흔들리면, 당신이 보낸 세레나데가 도착했음을 알게 되고 상자를 열어 그 내용을 확인한 후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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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5 스마트 메시지 박스: 러브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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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6 러브박스의 작동방식
물론 이런 설명을 다 듣고 난 후에도 전형적인 CES 사람들은 ‘복잡하게 그럴 것 없이 그냥 상대방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되지 않나요’라고 묻게 되는데, 그 경우 ‘정말 당신은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요’라는 애처로운 눈빛과 함께 ‘이쯔 낫 로맨띡’이라는 프랑스 억양의 체념 어린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 제품으로 이제 그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면 어떻게 되는지는 차마 묻지 못했다.)

가격은 $99(약 11만원)이다.

2) 쇼트 에디션

또다른 아날로그 승리의 현장이다. 아래, 자판기처럼 보이는 이 제품은 도대체 무엇을 파는 걸까? 사진을 잘 살펴보면 1분, 3분, 5분의 세 종류가 있고 여기에 해당하는 버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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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7 스토리 벤딩머신: 쇼트 에디션
이 제품은 바로 이야기를 판다. (물론 모든 제품은 자신의 이야기를 파는 것이지만, 이 제품은 실제로 ‘이야기’를 인쇄해서 판다.) 1분, 3분, 5분은 바로 그 소설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럼 무엇을 받고 팔까?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이들은 돈을 버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는 바로 사람들의 지루함을 덜어 주겠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지루해할 수 있는 공간에서 그 사람들을 위해 이 기계를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잠깐의 틈만 생겨도 스마트폰을 꺼내는 시대에?) 즉, 이들은 이 이야기 판매기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설에 파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설의 소유자를 위해 기계의 윗부분에 광고를 달 수 있게 하고, 광고비를 서로 나눠가진다. 즉, 시설, 기계 회사, 사람들은 모두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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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8쇼트 에디션을 설치한 장소들

실제로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이 기계를 설치한 파리 공항, 펜스테이트 대학, 웨스턴 팜비치 도심 등의 이름이 있다.

3) 바오니스(Vaonis) vs 유니스텔라(Unistellar)

위의 두 제품과 달리 이 두 제품, 곧 망원경은 디지털의 또다른 정복을 상징한다. 물론 이들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명확하다. 바로,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 아마 별은 인류가 인류가 아니던 시절부터 그들에게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알려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물론 다른 유인원이 별을 관찰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긴 하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별은 신의 뜻을 전달하는 도구였고,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는 순수함을,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서는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와 어머니, 어머니…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통해 인류가 우주를 더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토성 근처를 지나면서 태양계의 행성들 사진을 찍었고, 지구는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났다. 칼 세이건은 이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통해 그는 우리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우리가 일상에서 매달리는 그 모든 것들이 우주의 시선에서 볼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더 배려하고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이 바로 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문대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비밀의 데이트 장소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기 오염과 빛 공해 때문에 우리는 별을 보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G20 국가 중 이탈리아에 이은 빛 공해 2위 국가로, 부모님 세대에서는 흔히 보았던 은하수를, 우리 세대에서는 맨눈으로 본 이들이 거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두 제품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아래 바오니스(Vaonis)의 스텔리나, 그리고 유니스텔라(Unistella)의 제품은 모두 최신 광학기술을 이용해, 개인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망원경으로도 별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나 보던 성운, 성단, 그리고 다른 은하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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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9 바오니스(Vaonis)의 스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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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0 유니스텔라(Unistellar)

기존의 망원경에서는 실제 별에서 출발한 빛이 렌즈를 통과해 반사되거나 굴절되어 우리의 눈으로 바로 들어온다. 적어도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이 실제로 저 별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감동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망원경에서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CMOS* 이미지 센서에 도달한다. 즉, 이들 망원경은 사실상 디지털 카메라와 같다. 단지 사진을 찍어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로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쨌든 CMOS 이미지 센서를 이용해 이들은 빛을 증폭시켜,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장면들을 보게 해 준다. 문제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일 것이다.


* 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CMOS 이미지 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저장해 주는 센서를 말한다.

스텔리나는 아래 사진처럼 아예 이미지 처리를 한 영상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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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1 스마트폰을 통해 별을 관찰한다
물론 고성능 센서와 이미지 처리 기술에 의해, 맨눈이나 소형 망원경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아래와 같은 별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처음 이야기한 어색함이 등장다.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과연 실제 별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망원경의 방향을 움직임에 따라 영상도 바뀌며, 내가 원하는 밤하늘의 대상의 바로 지금 모습을 관찰할 수 있으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실제로 별을 관찰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의 측면에서, 스마트폰으로 별 사진을 보는 것이, 구글에서 그 사진을 검색해서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은하, 성단, 별자리는 그 사진이 찍힌 수 년 전에 비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심지어 구글에는 지표면이 아닌, 우주에 올라가 있는 허블 망원경이 찍은, 훨씬 더 선명한 사진들이 있다.

3-1) 바오니스(Vaonis)의 스텔리나

가격: $3,000

3-2) 유니스텔라

가격: $1,600

유니스텔라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들도 동의한다고 답한다. 비록 이들 역시 CMOS 이미지 센서로 영상을 기록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대신 망원경 옆에 위치한 아이피스를 통해 직접 눈을 대고 그 영상을 보게 만들었다고 한다.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바오니스처럼 편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영상을 굳이 눈을 아이피스에 밀착해 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다르게 말하면, 어떤 문제를 가리고자 다른 불편을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해결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문제의 본질은, 이들 제품이 보여주는 것이 별에서 출발한 바로 그 빛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로 이미지 프로세싱을 거친 영상이라는 데에 있을 것이다.

두 제품을 한참 바라보다보면 알게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더 나은가가
아니다

아날로그 망원경, 곧 기존 업계는 시장의 관점에서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다. 기술은 발달할 만큼 발달했고, 가격 또한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 새로운 업체가 들어가기 힘들 뿐 아니라 시장의 규모 또한 정체되어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적어도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그뿐 아니라, 기술의 개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즉, 아이피스든, 스마트폰이든 실제로 별을 보는 것과 점점 더 비슷한 경험을 만들 수 있게될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 또한 바뀐다.

두 회사는 기술적으로 그것이 가능해졌을 때, 시장에 제품을 내놓았을 뿐이다. 단지, 지금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적절한 시점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질문이다. 물론 그 답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이 두 제품은 한 가지 특징을 더 가지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망원경과 삼각대를 배낭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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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2 이동성을 강조하는 바오니스와 유니스텔라

오늘날 소비 트렌드는 점점 더 물건보다는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위의 배낭 사진은 이런 스토리를 전달한다. “이 제품을 구매한다면, 당신은 아무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당신만의 밤 하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솔깃한 제안이다.

5. 같은 문제, 다른 해결

3. 아프고 약한 이들을 위해

스티븐 핑커의 최신작 “세상은 어떻게 나아져왔는가(Enlightment Now)”에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빌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책에 소개된 사실들 중 인상적인 다섯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1. 20세기 초에 비해 번개에 맞아죽을 확률은 1/37로 줄었다. – 번개가 치는 횟수는 여전하다. 그러나 일기예보, 안전교육, 도시생활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다.
2. 빨래에 드는 시간은 1920년 주당 11.5 시간에서 2014년 1.5 시간으로 줄었다.
3. 미국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인구가 지금의 2/5에 불과하던 1929년 연간 2만명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5천명으로 줄었다. 이는 인구를 고려하면 1/10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에는 산업재해를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겼다.
4. 매년 IQ는 3포인트씩 좋아진다.
5. 전쟁은 불법이 되었다. 이것은 오늘날 당연해보이지만, 1945년 UN 창설 이전에는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또한 몇 가지 예외를 제하면 국제적 고립 및 경제제재는 전쟁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 기술의 발전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지면 사람들은 다음 단계의 행복을 원하게 된다. 바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전세계 헬스케어 및 바이오 분야의 규모는 끝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또한 같은 이유로 CES 에서 헬스케어 영역은 매년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동시에 출산이 줄어드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 해에 눈에 띄었던 것은 핏빗과 비슷한 스마트 손목 밴드를 가져온 중국 회사 셀 수 없이 많았다는 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계 기능과 운동량 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 손목 밴드의 가격은 100달러 선에 머물고 있었으나 필자는 전시회 마지막날 아이들 선물로 20달러에 중국산 스마트 밴드를 살 수 있었다.) 올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의 증가가 특히 눈에 띄었다.

1) 지노(Gyenno)
대만의 이 회사가 해결하는 문제는 간단하다.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인 파킨슨 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떨림이다. 손떨림이 심해지면 숟가락으로 밥이나 죽, 알약을 먹기 어려워진다. 다행히 오늘날의 센서 및 모터 제어기술은 손잡이 부분의 떨림이 숟가락 끝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이 떨림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이 회사는 지난 해 정확히 그 일을 하는 숟가락을 만들었다. 곧, 손이 떨려도 숟가락 부분은 떨리지 않게 함으로써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가격도 $200(약 22만원)로 이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이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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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0 지노 스푼 II

올해 이 회사가 가져온 제품은 숟가락에 이은 포크로, 역시 손떨림을 해결할 뿐 아니라 한 가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엄지에 버튼을 두어 포크로 스파게티를 먹을 때 버튼을 누르면 포크가 회전해 스파게티를 말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2) 사이렌 케어(Siren Care)
덴마크의 스타트업인 사이렌 케어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족부 체온 감지 스마트 양말을 만든다. 필자는 한 의학분야 학회에서 노인병 전문가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독거 남성 노인이 당뇨병 진단을 받을 경우, 그 분은 몇 년 안에 발을 자르게 됩니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발의 작은 상처가 염증으로 발전해 발을 썩게 만드는 것이다. 사이렌 케어는 발의 온도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이를 관리해 상처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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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1 스마트 양말 사이렌 케어
양말은 일곱 켤레에 $180(약 20만원)이다. 6개월마다 새 양말을 주문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충분히 그 정도를 지불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3) 윌로우(Willow)
윌로우는 웨어러블 유축기로 가슴에 착용한 상태에서 다른 외부 장치 없이도 모유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커다란 외부 장치가 딸려있었던 기존의 유축기와 달리, 윌로우는 가슴에 착용한 상태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외출 또한 가능하다. 특히 컴팩트한 크기 때문에 한 쪽 젖을 아기에게 물린 상태에서 다른 쪽 모유를 저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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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2 웨어러블 유축기 윌로우

스타터 킷의 가격은 $480(약 53만원)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홈페이지에는 스타터 킷의 내용물(펌프 2개, 주머니 2개, 튜브 2개, 밀크백 24개 등)을 화분과 귤, 어항 등을 이용해 흥미로운 사진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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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3 윌로우 스타터킷의 내용물

4) 스파르탄

CES가 다른 전시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라면, 바로 신체를 부분적으로 노출해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는 부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완전히 없지는 않다.) 그런 분위기에서 레깅즈 위에 속옷 하의를 입은 남자 몇몇이 지키고 있는 부스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이들이 CES, 전자제품 전시회에 가지고 온 것은 바로 그 속옷 하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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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4 전자파보호 속옷 스파르탄
스마트폰의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그 해의 정도에 이견은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남성들의 정자 수 감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스파르탄은 은섬유를 이용해 전자파의 99%를 차단한다고 말한다. 가격은 $34 (약 3만 7천원)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 속옷을 간절하게 입고 싶도록 만드는 마지막 1%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4. 디지털 vs 아날로그

2. 가격이 문제

서두에서 기술의 정의를 두고 에너지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한 가지 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기술인가라는 또다른 질문을 생각할 수 있고, 여기서 기술의 다른 한 가지 특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비용이다. 기술이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들어간 자원과 나온 자원의 비율을 통해 효율을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당연히 들어가는 것이 적을수록, 그리고 나오는 것이 많을수록 좋은 기술일 것이다. 이를 다시 비용의 관점에서 본다면, 위 질문의 답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좋은 기술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최종 결과물로써의 제품에는 이러한 수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다. 그 제품의 가격은 그 제품에 들어간 기술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곧, 기술자의 입장에서 아무리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기술이라 하더라도, 가격의 문제로 그 제품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 기술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것이다. 반대로 거의 비슷한 기술이라도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다면, 그 기술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오늘날 기업들은 늘 이러한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불과 몇 년 만에 우리는 비슷한 제품들을 가격 순으로 정렬해 한 화면에 보여주는 세상에 살게 되었고, 똑같은 제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내놓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곧 어떤 관점에서는 소비자천국이라 할 만한 승자독식의 시대를 살게 되었다.

이는 역으로, 남들보다 고지를 먼저 차지하게 만들어주는 신기술의 중요성을 높였다. 과거 모든 신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 등장하는 제품들의 가격은 고가로 시작해 점차 내려간다. 때로 너무 빨리 등장해, 곧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지 못해 살아남지 못했던 제품들이 있으며, 반대로 이미 기술력이 충분했음에도 너무 늦게 나타나 시장 장악에 실패했거나 혹은 다음 세대의 기술에 먹혀버린 경우도 있다. 결국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그러면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원가보다 충분히 높은 가격으로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모든 기업의 숙명인 셈이다.

이번 꼭지에서는 기술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만 아직 일반화되기에는 가격의 저항이 있을 수 있는 제품들을 골라 보았다.

1) 쉐이드크래프트(Shadecraft)의 선플라워(Sunflower)
아래 사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비치 파라솔이다. 그러나 기존 파라솔과는 다르다. 기존의 파라솔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바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파라솔을 움직이거나, 아니면 사용자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파라솔은 그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는데, 바로 태양을 따라 파라솔이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제품의 이름 – 선플라워, 곧 해바라기 – 은 그 기능을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모든 전자 제품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전원 문제를 태양 에너지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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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3 쉐이드크래프트의 선플라워
태양 에너지가 이런 큰 파라솔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에너지가 나오는가의 의문이 들지만 이들은 실제 동작하는 제품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게다가 태양 에너지의 고질적 문제점인 구름으로 인한 불안정한 에너지 수급 문제도, 이 제품을 사용하는 지역은 모두 태양이 충분한 곳일테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체 충전되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응용을 상상하게 만든다. 전원이 없는 야외에서 전원을 공급해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스마트폰 등의 전자제품 충전이나 야간 라이트, 방범 카메라, 온습도계, 전기해충퇴치기 등 수많은 제품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전자제품이라도 가격과 제품의 크기는 어느 정도 비례한다. 출시 예상가를 묻자 $5,200 (약 600만원) 이라고 답한다. 나는 바로, 월마트에서 $10 정도에 파는 파라솔을 떠올리며 그냥 파라솔보다 100배 정도 비싸군요라 말하고 관계자도 조금은 인정하는 듯이 웃는다. 하지만 역시 이러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는 듯이 최고급 파라솔 중에는 더 비싼 (약 $6,000) 것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나도 인정한다. 결국 그 시장이다. 충분히 제대로 동작한다는 기본에 얼마나 외관을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수명이 얼마나 될지가 중요할 것이다.

2) 런드로이드(Laundroid) vs 폴디메이트(Foldimate)
이 두 제품은 많은 것이 자동화된 집안일 영역에서 아직 남아있는 ‘귀찮은 일’인 빨래개기를 해결한다. 다음 코너인 3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티븐 핑커는 빨래에 들어가는 시간이 1920년 주당 11.5시간에서 2014년 1.5시간으로 줄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변화는 세탁기와 건조기의 개선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빨래를 개는 영역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으며 이 두 제품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단지 문제의 해결방식이 이 두 제품의 가격차이($16,000 vs $980)만큼 판이하다.

2-1) 런드로이드(Laundroid)
사실 이 제품은 작년에도 전시된 제품이다. 부쓰 자체를 하나의 발표회장으로 사용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의 세븐드리머스라는 로봇제조회사의 제품이며, 아래 서랍에 구겨진 옷을 넣으면 로봇이 옷을 하나씩 들어올려 인공지능으로 옷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 옷에 맞게 옷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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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4 런드로이드 제품 소개장면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한화로 약 1800만원 정도라는 가격을 들으면, 최저 시급을 받고 옷을 개주는 사람이 떠오르는 동시에 왠지 이 기계는 옷을 개는 것 뿐 아니라 벗어둔 옷을 모아서 빨래를 하고 말린 후에 개어서 옷장에 정리까지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담당자는 빨래와 건조를 위 로봇에 연결시킨 제품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 정도 일을 해준다고 해도, 일반 가정에서 이 제품을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량의 빨래가 필요한 호텔과 같은 사업장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이때는 정말로 실제 인간과의 비용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2-2) 폴디메이트(Foldimate)
CES 에는 웬만한 제품에 대해 경쟁제품이 존재한다. 다른 버전으로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도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성경에 나오는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도 있겠다.

폴디메이트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으로 제품 이름이 곧 회사 이름이다. 이 제품 역시 빨래를 개지만 위의 런드로이드가 빨래를 맡긴 이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과 달리 아래 사진 에서 보는 것처럼 옷을 하나 하나 펼쳐서 기계에 넣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약 110만원($980)으로 위에 설명한 런드로이드와의 약 1/20 이며, 이 사실이 그 정도의 귀찮음은 곧 잊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제품이 빨래를 개는 시간을 정말 크게 줄여주는가 하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역시 런드로이드처럼, 일반 가정 보다는 수많은 빨래를 깔끔하게 접어야 하는 영업장에서 더 유용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경우 이 제품이 빨래를 얼마나 깔끔하게 일관적으로 접어내는가 하는 근본적인 성능의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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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5폴디메이트
시제품은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판매예정시기는 2019년 말로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한듯 하다.

3) 유베카(Euveka)
유베카는 마네킹을 스마트하게 만든 제품이다. 마네킹의 일반적인 목적은 매장에서 옷을 디스플레이하는 것이지만 이 제품은 특별한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신체의 사이즈를 입력하면 마네킹이 부풀어올라 그 사이즈로 변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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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6 Thin and Fat

물론 문제는 가격으로 직원은 가격이 약 $4,000 (약 440만원)이 될 것이라 말한다. 선플라워와 비슷하게 시중 마네킹의 100배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일반 매장용이 아니라 의류 디자이너 혹은 스포츠의류 개발업체를 위한 것이라 말한다. CES 에서도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해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주었다.

4) 코라빈(Coravin)
아래 제품은 모양만 보고서는 어떤 제품인지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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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7 코라빈
다음 사진이 이 제품의 용도를 말해준다. 바로, 와인 코르크위에 끼워 코르크를 따지 않고도 와인을 마실 수 있게 해준다. 그게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는 바로 와인을 한 번 따고나면 그 자리에서 다 마셔야만 하는 불편함이다. 곧, 코르크를 뽑지 않고 와인을 마시게 함으로써, 즉 한 병의 와인을 여러 번 마실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가는 관으로 코르크마개에 구멍을 뚫고 아르곤 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와인을 따라마시게 된다. 마시고 나서 기계를 뽑으면 코르크마개의 탄성에 의해 다시 밀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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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8 코라빈

가격은 기계만 $400(약 45만원)이며, 한 통에 와인 15잔을 먹을 수 있는 아르곤 캡슐은 개당 만원 꼴이다. 약간 비싼 가격으로 보이지만,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이 줄고 있는 추세를 잘 반영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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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9 아마존의 와인스토퍼 검색결과

단지 이러한 수요를 해결하는 기존의 제품이 훨씬 더 저렴하다는 문제가 있다. 바로 와인 스토퍼(Wine stopper)로 알려진 제품들로, $10 내외의 많은 제품이 있으며 같은 가격에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는다는 배큐빈(Vacu vin)이라는 제품도 찾을 수 있다.

3. 아프고 약한 이들을 위해

1. 스마트란 무엇인가

스마트는 최근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자사의 제품을 수식하는 가장 인기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며 스마트의 용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 열풍이 불기 이전의 것으로, ‘스마트폰’이라는 단어에서처럼, 하나의 기계가 원래의 목적 이외의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을 때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열풍 이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어느 정도의 판단이나 선택을 인간을 대신해 내려주거나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경우이다.

물론 CES에 출품되는 거의 모든 제품은 어느 정도의 스마트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꼭지에 소개하는 제품들은 조금 더 특별한 스마트함을 자랑한다.

1) 미라(Mira) 스마트 임신테스트기
이 기기는 위에서 말한 두 번째 의미, 곧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정보를 주는 제품에 해당한다. 필자는 이 제품을 보고 매우 놀랐다. 임신테스트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단순한 제품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실이다. 바로 임신이냐 아니냐는 것. 테스트기의 작동방식 또한 명확하다. 소변에서 호르몬을 검출해 특정 호르몬의 양을 바탕으로 한 줄 혹은 두 줄을 칠한다. 이런 명확한 목적과 작동방식을 가진 제품이 어떻게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한 가지 힌트는 테스트기에서 검출하는 호르몬의 양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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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0 MIra, 테스트기와 충전기
1-1) 임신 전: 임신 가능 시기를 알려준다
미라는 원래 임신 전 상태의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이 단계에서 제품의 역할은 명확하다. 곧 호르몬을 측정해 언제가 임신이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임신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따라서 이 시장은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라의 홈페이지에는 앱을 통해 임신 가능 시기를 알려준다고 되어 있다. 올해 2사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라 한다. 문제는 가격일 것이다. CES에서는 정보를 분석하는 리더기는 $200, 1회용 테스트기는 $10 내외라고 말했다. 주기를 알기 위해서는 측정을 어느 정도 자주해야겠지만, 정확도만 보장된다면 그 정도를 감수할 이들은 꽤 있을 것이다. 만약 임신 확률을 높여주는 다른 제품과 결합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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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1 임신가능시기 (출처: MIRA 홈페이지)
1-2) 임신 후: 출산 예정일을 알려준다
그럼, 임신에 성공한 부부에게, 성공 여부 외에 테스트기는 어떤 사실을 추가로 알려줄 수 있을까? 바로 출산예정일이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문제의 답이다.) 비슷한 원리로 임신이 된 시기 역시 알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 CES에서 만난 직원은 대략 1년 뒤에 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 말했다. 물론 CES에서 1년 뒤에 출시한다는 이야기는 언제 출시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임신 전을 위한 제품에 비해서는 사용 횟수가 떨어질 것 같지만, 임신 테스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정보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 밀리부(Miliboo) 스마트 카우치
이 제품은 스마트의 첫번째 의미, 곧 한 가지 제품이 다른 여러가지 기능을 갖춘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사실 카우치(우리나라에서는 소파라 부른다)가 스마트 하다고 들었을 때 나는 좀 더 참신한 것을 기대했다. 예를 들어, 앉는 사람의 키나 자세에 따라 등받이와 엉덩이 부분의 형태가 바뀌거나 푹신한 정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면 어떨까? 혹은 안마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면 조금 식상하다고는 느꼈겠지만 이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을 것이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소파의 가격을 크게 올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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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2 밀리부 스마트 카우치
프랑스의 가구 브랜드인 밀리부의 스마트 카우치는 이런 예상을 깨고 전형적인 스마트폰 느낌의 스마트함을 이야기했다. 곧, 소파 안에는 우퍼를 포함한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더 실감나는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쪽 팔걸이에는 만능 리모콘이 있어 TV와 다른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다른 쪽 팔걸이에는 무선충전장치가 내장되어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다. 전시장에 비치된 소파에 잠깐 앉아 보았지만, 소파 본연의 기능인 편안함은 큰 느낌이 없었다. 가격은 1인용 소파는 $2,490, 2인용, 3인용은 각각 $2,990, $3,490으로 가죽 소파 중에도 꽤 비싼 느낌이다.

3) 스파이어(Spire): Make Your Clothes Smart
옷을 스마트하게 만들겠다는 이 회사는 어떻게 보면 최근의 ‘스마트’ 흐름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태그를 브래지어, 속옷, 반바지, 파자마 등에 부착할 경우 호흡, 수면 질, 심박, 스트레스 등을 측정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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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3 스파이어
일반적으로 이런 제품의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충전이다. 이런 종류 중에는 애플워치 처럼 하루에 한 번 충전해야 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손목 시계는 적어도 자기 전에 풀었다가 아침에 다시 찬다고 하지만, 이 제품처럼 옷에 부착하는 경우 고객이 이를 매번 충전하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때문인지 이 제품은 따로 충전을 하지 않는 1회용으로 만들었다. 홈페이지에는 8개 세트의 경우 1년 반을 쓸 수 있다고 한다. 8개의 가격은 $299 이다. 자기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제품을 꼭 사야할 무언가는 없어 보인다.

2. 가격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