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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길에 떨어진 100달러의 지폐를 주울 필요가 있을까? 이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 잘 알려진 하버드의 샌델 교수가 수업 중 빌 게이츠의 재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던진 질문이다. 그는 빌 게이츠가 초당 150달러를 벌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시간을 들여 그 100 달러를 주울 가치가 없을 것이라 약간의 농을 섞어 말했다.
이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진지하게 답하는 이들은 그가 돈을 줍는다고 해서 다른 수입이 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가 100 달러를 줍는 것이 합리적이라 말한다. 이를 반박하는 이들은, 그가 돈을 줍는 동안 그렇지 않았다면 할 수 있었던 일을 못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그에게 합리적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빌 게이츠 본인은 한 인터넷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기꺼이 줍겠다고 말했다 한다.
샌델이 처음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빌 게이츠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를 조금 바꾸면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즉, 당신이 가진 시간의 가치를 어떤 행동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빌 게이츠가 아니기 때문에 1초가 아니라 한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이를 각자가 가진 한 시간의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의 한 시간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일까? 한 달에 20일,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면 한 달 근무 시간은 160 시간이며 따라서 한 달에 160만 원을 받는 사람의 시급은 만 원이 된다. 320만 원은 2만 원이다. 연봉 1억인 사람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시급 4만 원 쯤 된다. 대부분 사람들의 한 시간은 이 정도 가치를 가질 것이다.
부업은 연봉이 아니라 시급이 직접 기준이 된다. 편의점, 커피숍, 프랜차이즈 등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최저 시급인 6,030 원을 받거나 조금 더 받는다. 몇 십 년째 금액이 바뀌지 않는다는 과외는 인기있는 아르바이트 자리이지만, 일 주일에 두 시간 씩, 두 번 일해 월 30만 원을 받는다면 시급은 2만 원이 조금 못된다. 최저 시급에 비하면 충분히 높지만 이동시간과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아닐 것이다.
반면, 시간으로 비용을 산정해 훨씬 높은 값을 받는 직업도 있다. 간헐적으로 일을 하는 프리랜서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전문가가 여기에 속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예술가, 모델, 동시 통역가나 후자에 해당하는 변호사, 변리사는 모두 시간 당 수십만 원을 받는다.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들의 강연비도 보통 수십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 물론 이들의 한 시간에는 수십 시간의 준비가 녹아있을 것이다.
전문가나 강사가 책을 내거나 방송에 출연하면 가치는 올라간다. 때로 몇 배로 뛰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몸값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연예인에게도 쓰이는 표현이다. 누군가를 행사에 한 번 초청하는데 수천만 원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 가십란을 종종 장식한다. 그 사람의 수입이 그 사람의 몸값이 되는 분야가 하나 더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사고로 인한 보상금을 그가 미래에 벌 수 있었을 수입에 바탕해 계산한다.
물론, 자유시장에서 거래는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는 밀턴의 말처럼, 이들의 가치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더 잘생기고 더 예쁜, 더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저녁시간을 차지하게 만든,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전자공학과 통신기술의 발달을 빼놓을 수 없다.
기술은 지금도 직업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1~20년 내에 인공지능과 로봇은 직업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술 발달이 사람들의 근무시간을 늘려왔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대신해 일하게 되면, 처음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시대가 올 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아빠에게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 지 물은 뒤, 바쁜 아빠의 한 시간을 사고 싶어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 경우에는, 아이가 커버리기 전의 시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가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