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의 최신작 “세상은 어떻게 나아져왔는가(Enlightment Now)”에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빌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책에 소개된 사실들 중 인상적인 다섯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1. 20세기 초에 비해 번개에 맞아죽을 확률은 1/37로 줄었다. – 번개가 치는 횟수는 여전하다. 그러나 일기예보, 안전교육, 도시생활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다.
2. 빨래에 드는 시간은 1920년 주당 11.5 시간에서 2014년 1.5 시간으로 줄었다.
3. 미국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인구가 지금의 2/5에 불과하던 1929년 연간 2만명이었으나 지금은 연간 5천명으로 줄었다. 이는 인구를 고려하면 1/10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에는 산업재해를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겼다.
4. 매년 IQ는 3포인트씩 좋아진다.
5. 전쟁은 불법이 되었다. 이것은 오늘날 당연해보이지만, 1945년 UN 창설 이전에는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또한 몇 가지 예외를 제하면 국제적 고립 및 경제제재는 전쟁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 기술의 발전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지면 사람들은 다음 단계의 행복을 원하게 된다. 바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전세계 헬스케어 및 바이오 분야의 규모는 끝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또한 같은 이유로 CES 에서 헬스케어 영역은 매년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동시에 출산이 줄어드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 해에 눈에 띄었던 것은 핏빗과 비슷한 스마트 손목 밴드를 가져온 중국 회사 셀 수 없이 많았다는 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계 기능과 운동량 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 손목 밴드의 가격은 100달러 선에 머물고 있었으나 필자는 전시회 마지막날 아이들 선물로 20달러에 중국산 스마트 밴드를 살 수 있었다.) 올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의 증가가 특히 눈에 띄었다.
1) 지노(Gyenno)
대만의 이 회사가 해결하는 문제는 간단하다.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인 파킨슨 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떨림이다. 손떨림이 심해지면 숟가락으로 밥이나 죽, 알약을 먹기 어려워진다. 다행히 오늘날의 센서 및 모터 제어기술은 손잡이 부분의 떨림이 숟가락 끝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이 떨림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이 회사는 지난 해 정확히 그 일을 하는 숟가락을 만들었다. 곧, 손이 떨려도 숟가락 부분은 떨리지 않게 함으로써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가격도 $200(약 22만원)로 이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이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정도이다.
Figure 20 지노 스푼 II
올해 이 회사가 가져온 제품은 숟가락에 이은 포크로, 역시 손떨림을 해결할 뿐 아니라 한 가지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엄지에 버튼을 두어 포크로 스파게티를 먹을 때 버튼을 누르면 포크가 회전해 스파게티를 말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2) 사이렌 케어(Siren Care)
덴마크의 스타트업인 사이렌 케어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족부 체온 감지 스마트 양말을 만든다. 필자는 한 의학분야 학회에서 노인병 전문가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독거 남성 노인이 당뇨병 진단을 받을 경우, 그 분은 몇 년 안에 발을 자르게 됩니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발의 작은 상처가 염증으로 발전해 발을 썩게 만드는 것이다. 사이렌 케어는 발의 온도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이를 관리해 상처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한다.
Figure 21 스마트 양말 사이렌 케어
양말은 일곱 켤레에 $180(약 20만원)이다. 6개월마다 새 양말을 주문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충분히 그 정도를 지불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3) 윌로우(Willow)
윌로우는 웨어러블 유축기로 가슴에 착용한 상태에서 다른 외부 장치 없이도 모유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커다란 외부 장치가 딸려있었던 기존의 유축기와 달리, 윌로우는 가슴에 착용한 상태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외출 또한 가능하다. 특히 컴팩트한 크기 때문에 한 쪽 젖을 아기에게 물린 상태에서 다른 쪽 모유를 저장할 수도 있다.
Figure 22 웨어러블 유축기 윌로우
스타터 킷의 가격은 $480(약 53만원)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홈페이지에는 스타터 킷의 내용물(펌프 2개, 주머니 2개, 튜브 2개, 밀크백 24개 등)을 화분과 귤, 어항 등을 이용해 흥미로운 사진으로 보여준다.
Figure 23 윌로우 스타터킷의 내용물
4) 스파르탄
CES가 다른 전시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라면, 바로 신체를 부분적으로 노출해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는 부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완전히 없지는 않다.) 그런 분위기에서 레깅즈 위에 속옷 하의를 입은 남자 몇몇이 지키고 있는 부스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이들이 CES, 전자제품 전시회에 가지고 온 것은 바로 그 속옷 하의이다.
Figure 24 전자파보호 속옷 스파르탄
스마트폰의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그 해의 정도에 이견은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남성들의 정자 수 감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스파르탄은 은섬유를 이용해 전자파의 99%를 차단한다고 말한다. 가격은 $34 (약 3만 7천원)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 속옷을 간절하게 입고 싶도록 만드는 마지막 1%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